사건이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 미국에 갈 일이 먼저 잡히는 경우가 있습니다. 고소를 당해 조사를 받는 중이거나, 기소돼 재판이 진행 중이거나, 미국에서 생긴 사건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귀국한 경우입니다.
이럴 때 흔히 무혐의가 나올 테니 미리 신청해도 되는지, 이미 받아 둔 ESTA로 가면 되는지를 고민합니다. 그런데 결과를 예상해 움직이면 오히려 일이 길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이 글에서는 먼저 확인할 것, 영사가 미종결 사건을 다루는 방식, ESTA와 미국 사건이 얽힌 경우, 준비 순서를 차례로 정리했습니다.
먼저 확인할 것, 사건이 어느 단계인지
출발점은 사건의 단계입니다. 입건, 송치, 기소, 1심, 항소 중 어디에 있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체포된 적이 있는지를 확인합니다. 기존에 ESTA 승인을 받아 두었는지도 함께 봅니다.
체포된 적이 있다면 결과가 확정되기 전이라도 DS-160의 체포 질문에 해당합니다. 신청서는 판결이 났는지가 아니라 체포된 적이 있는지를 묻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민사소송처럼 체포나 형사 절차가 없는 사건은 이 질문과 관계가 없습니다.
영사는 결과가 나오기 전에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진행 중인 사건을 적고 신청하면 어떻게 될까요. 범죄로 인한 입국 불허 여부는 유죄 판결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구조라서, 결과가 나오지 않은 사건은 영사가 결론을 내리기 어렵습니다(9 FAM 302.3-2).
그래서 확정 전에 신청하면 결과가 나올 때까지 심사가 보류되는 경우가 많습니다(9 FAM 306.2). 보류된 동안 일정은 지나가고 신청 기록만 남습니다. 결국 처분이 확정된 뒤 그 서류를 갖춰 신청하는 것이 순서이고, 대개는 그쪽이 오히려 빠릅니다.
이미 ESTA가 있거나, 미국 사건이 남아 있다면
ESTA를 승인받은 뒤에 사건이 생겼다면 신청 당시와 사정이 달라진 것입니다. 승인이 남아 있다고 그대로 쓰기보다, 자격 질문에 다시 답해야 하는지와 비자로 가야 하는지를 먼저 검토해야 합니다.
미국에서 생긴 사건을 끝내지 않고 귀국했다면 더 신중해야 합니다. 논리는 한국 사건과 같지만, 미국에서는 법원에 출석하지 않으면 불출석에 따른 체포영장(bench warrant)이 발부되기 때문입니다. 이 체포영장은 미국 쪽 기록 조회에 나타날 수 있고 비자 심사를 멈추는 사유가 되며, 입국하는 순간 체포될 위험으로 이어집니다. 시간이 지나도 저절로 사라지지 않습니다.
직접 준비하는 방법, 순서대로
한국 사건이라면 순서는 단순합니다. 먼저 처분이 확정될 때까지 기다리고, 확정되면 판결문이나 불기소결정서 같은 처분 서류와 범죄경력회보서를 영문으로 준비합니다. 다음으로 그 죄명이 입국 판단에서 어떤 의미인지 확인하는데, 자세한 판정은 https://visaguide.kr/rejection/non-cimt 에서 볼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DS-160에 사실대로 적고 수수료 185달러를 낸 뒤 인터뷰를 예약합니다.
미국 사건이 남아 있다면 순서가 더 깁니다. 먼저 체포영장이 발부됐는지 확인하고, 현지 형사 변호사를 통해 사건을 다시 열어 출석하거나 기각을 협의합니다. 원격 출석이 되는지는 주와 죄명마다 다릅니다. 사건이 종결되면 그 결과 서류를 받아 기록과 죄명을 판정한 뒤에 비자를 신청합니다. 사건에 따라 1~6개월이 걸리고, 이 단계를 건너뛰고 신청하면 보류된 채 기록만 남습니다.
흔한 오해, 무혐의가 나올 테니 미리 신청해도 된다
가장 흔한 오해는 결과를 예상하고 먼저 움직이는 것입니다. 무혐의나 무죄가 나올 것 같다는 예상은 심사에 반영되지 않고, 영사는 확정된 서류를 기준으로 봅니다.
또 하나는 미국 사건을 "끝난 것으로 안다"고 넘기는 경우입니다. 본인 기억이나 주변 말만 믿지 말고, 종결을 보여주는 서류를 직접 확보해야 합니다. 끝난 줄 알았던 사건에 체포영장이 남아 있으면 비자 단계가 아니라 공항에서 문제가 됩니다.
정리
진행 중인 사건이 있다면 먼저 단계와 체포 여부를 확인하고, 체포됐다면 확정 전이라도 신청서에 적어야 합니다. 확정 전 신청은 보류로 이어지기 쉬워서 처분이 확정된 뒤 서류를 갖춰 신청하는 것이 순서입니다. 미국 사건이 남아 있다면 체포영장 확인과 사건 종결이 비자보다 먼저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미국 비자 발급시 민사소송 진행중이라면 문제 되나요? A. 민사소송은 체포나 형사 처분이 아니어서 DS-160의 체포 질문과 관계가 없습니다. 다만 같은 일로 형사 고소가 함께 진행 중이라면 그쪽 단계를 따로 확인해야 합니다.
Q. 고소진행중이면 미국비자가 나오나요? A. 진행 중이라는 이유만으로 거절이 정해지지는 않지만, 결과가 나오기 전에는 영사가 판단을 보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처분이 확정된 뒤 서류를 갖춰 신청하는 편이 진행이 빠릅니다.
Q. ESTA 승인 받아놨는데 그 뒤에 고소를 당했어요, 그냥 가도 되나요? A. 승인 뒤에 사정이 달라진 것이라 그대로 쓰기 전에 자격 질문에 다시 답해야 하는지 검토해야 합니다. 체포가 있었다면 비자 경로를 함께 고려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