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비자 신청서는 유죄 판결을 받았는지보다 먼저 체포된 적이 있는지를 묻습니다. 그래서 벌금 몇십만 원으로 끝난 일, 기소유예로 마무리된 일, 이미 실효된 기록까지 신청서 앞에서는 다시 꺼내 봐야 합니다.
막막한 이유는 한국에서 가볍게 끝난 처분이 미국 기준에서도 가벼운지 알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금액이 작아도 무겁게 보는 죄가 있고, 처분이 무거워도 입국 판단과는 거리가 먼 경우가 있습니다. 그래서 이 글에서는 신청서가 실제로 무엇을 묻는지, 영사가 어떤 기준으로 기록을 보는지, ESTA로 갈 수 있는지, 서류를 어떻게 준비하는지를 차례로 정리했습니다.
신청서가 묻는 것, 판결이 아니라 체포와 기소
먼저 DS-160은 어떤 범죄로든 체포되거나 유죄 판결을 받은 적이 있는지를 묻고, 사면이나 그와 비슷한 조치가 있었더라도 해당한다고 적혀 있습니다. 그래서 벌금형은 물론이고 기소유예, 조건부 기소유예, 실효된 기록도 체포나 입건 절차가 있었다면 "예"에 해당합니다. 기소유예는 기소를 미룬 것이지 사건이 없었다는 뜻이 아니고, 조건을 다 이행한 것도 처분이 끝난 것이지 기록이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ESTA는 범위가 조금 다릅니다. 재산에 중대한 피해를 주거나 사람 또는 정부 기관에 중대한 해를 끼친 범죄로 체포되거나 유죄 판결을 받았는지를 묻습니다. 다만 이 경우에도 묻는 것은 판결이 아니라 체포 여부라서, 문구에 해당하는 사건이라면 기소유예라는 이유로 빠지지 않습니다.
영사가 실제로 보는 것, 죄명과 법정형
그렇게 적은 기록을 영사가 볼 때 기준은 금액이 아니라 죄의 성격입니다. 절도, 사기처럼 도덕적 비난 가능성이 큰 범죄(CIMT)로 유죄 판결을 받으면 입국 불허 사유가 됩니다(9 FAM 302.3). 그래서 벌금이 30만 원이어도 죄명이 절도라면 가볍게 볼 수 없습니다.
여기서 법정형이 중요해집니다. 이런 범죄가 한 건뿐이고 법에 정해진 형의 상한이 1년 이하이며 실제 받은 형이 6개월 이하라면 예외가 적용될 수 있는데, 기준은 받은 벌금 액수가 아니라 그 죄의 법정형 상한입니다. 한국 형법의 절도는 상한이 6년이라 이 예외에 들기 어렵습니다. 범행 당시 18세 미만이었고 5년 이상 지났다면 또 다른 예외가 있어서 처분 당시 나이도 확인해야 합니다.
반대로 기소유예는 판결이 없어서 대개 이 기준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다만 인터뷰에서 범행을 구체적으로 인정하는 진술이 판결 없이도 판단 재료가 될 수 있어서, 답변은 처분 서류에 있는 사실 범위에서 하는 것이 맞습니다.
ESTA로 갈 수 있나, 예라고 답하면 생기는 일
그러면 ESTA는 어떻게 될까요. 범죄 질문에 "예"로 답하면 자동 승인을 기대하기 어렵고, 보통은 비자를 신청해 인터뷰에서 설명하는 경로로 안내됩니다. CIMT 유죄 판결이 있는 경우라면 ESTA가 아니라 비자를 신청하면서 입국 불허 사유 면제 심사를 함께 받는 경로가 일반적입니다.
그래서 기록이 있다면 출국 일정보다 먼저 경로부터 정해 두는 편이 좋습니다. ESTA를 넣어 보고 거절되면 그 거절 이력이 다시 비자 신청서에 남기 때문입니다.
직접 준비하는 방법, 순서대로
경로를 정했으면 서류입니다. 먼저 처분 서류로 죄명과 적용 조문을 확인합니다. 기억 속 죄명과 서류의 죄명이 다른 경우가 적지 않고, 법정형 상한은 조문으로만 확인됩니다. 다음으로 경찰서나 경찰민원포털에서 "외국 입국·체류용" 범죄경력회보서를 영문으로 따로 발급받습니다.
기소유예라면 검찰청에서 불기소결정서나 불기소이유통지서를 받아 번역하고, 조건부였다면 교육 이수증을 함께 준비합니다. 이수증은 처분을 성실히 마쳤다는 좋은 소명 자료입니다. 여기에 재직증명서, 잔고증명서, 가족관계증명서를 영문으로 더해 돌아올 이유를 보여줍니다.
서류가 갖춰졌으면 DS-160 체포·유죄 항목에 "예"로 답하고, 직업·고용주 같은 다른 항목도 서류와 맞는지 다시 봅니다. 형사 이력에만 신경 쓰다가 다른 항목이 틀리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수수료 185달러를 내고 인터뷰를 예약합니다. 자세한 판정 기준은 https://visaguide.kr/rejection/212a2-cimt 에 정리돼 있습니다.
흔한 오해, 액수가 작거나 실효됐으면 괜찮다
가장 흔한 오해는 벌금이 적으니 괜찮다는 생각입니다. 위에서 본 것처럼 기준은 액수가 아니라 죄명과 법정형입니다. 실효나 기록 삭제도 마찬가지여서 신청서 답변을 바꾸는 사유가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기록을 빼고 "아니오"로 답하는 것이 가장 위험합니다. 사실과 다른 답은 허위 진술로 판단될 수 있고, 그 경우 원래 기록보다 훨씬 무거운 입국 불허 사유가 됩니다(9 FAM 302.9).
정리
DS-160은 판결이 아니라 체포 여부를 묻기 때문에 벌금형, 기소유예, 실효된 기록도 적어야 합니다. 영사가 보는 것은 금액이 아니라 죄명과 법정형이고, 절도처럼 CIMT에 해당하는 유죄 판결은 예외 요건을 따져야 합니다. ESTA에서 "예"로 답하면 비자 경로가 일반적이므로, 처분 서류로 사실을 확인한 뒤 경로를 먼저 정하면 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절도로 벌금형 받았었는데 미국 ESTA 되나요? A. 절도는 액수와 관계없이 통상 CIMT로 보고, 법정형 상한이 1년을 넘어 경미범죄 예외도 적용되기 어렵습니다. 이런 경우 ESTA보다 비자를 신청하면서 면제 심사를 함께 받는 경로가 일반적입니다.
Q. 교육 조건부 기소유예 후 ESTA로 미국 여행 가능할까? A. 조건을 이행해도 체포·입건 기록은 남아서 비자 신청서에는 적어야 합니다. ESTA는 사건이 질문 문구에 해당하는지에 따라 달라지고, 판결이 없어 CIMT로 보지 않는 경우가 많으므로 이수증과 불기소 서류를 갖춰 두면 됩니다.
Q. 벌금형 실효 후 미국 비자 신청서에 안 적어도 되나요? A. 실효는 답변을 바꾸는 사유가 아니어서 DS-160에는 그대로 적어야 합니다. 빠뜨리면 허위 진술 문제로 번질 수 있습니다.
